'중꺾마' 5만번의 도전…삼성도 반한 광학필름

입력 2024-01-15 17:43   수정 2024-01-16 01:16

폴더블폰에는 아주 얇고 튼튼하면서 0.03㎜ 두께의 초박형 강화유리(UTG)를 보호해주는 광학 필름이 들어간다. 여러 번 접어도 변형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2019년 출시된 갤럭시 폴드 1세대 모델부터 지금까지 삼성전자에 이 광학 필름을 단독 공급한 건 경기 수원에 본사를 둔 세경하이테크다.

이기승 세경하이테크 대표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토대로 생산 제품을 다변화해 3년 안에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광학 필름 분야 강소기업으로 자리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폴더블폰 자체가 난도 높은 개발 제품인 만큼 관련 광학필름 생산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수천~수만 번의 시험을 거쳐 제작한 샘플은 5만여 개. 안정성을 확보한 뒤엔 베젤(테두리) 띠에 색깔을 입히는 인쇄 기술도 필요했다. 내부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행인 건 2016년부터 개발한 ‘MDD(마이크로드라이 데커레이션)’ 특허 공법이 있었다. 기존 실크스크린 방식이 아니라 열 전사 방식으로 빠르고 얇게 인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시현할 기계를 제작하기 위해 일본 기계회사와 설비를 공동 개발했다. 설비 투자액만 36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MDD 공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폴더블폰용 광학필름 샘플을 제조한 곳은 여럿 있지만 실제 제품으로 생산해 완제품 회사에 공급한 곳은 세경하이테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세경하이테크는 매출의 43%를 차지하는 광학필름 부문 외에도 스마트폰 전·후면 데커레이션 필름과 유리를 모사한 플라스틱(글라스틱·PCPMMA) 등을 제조하는 데코필름 부문, 스마트폰 내부에 붙이는 프로텍트 필름 부문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정 고객과 광학필름 의존도가 높은 것을 해소해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게 첫 번째 과제였다”며 “2022년 50%가 넘던 정보기술(IT)용 광학필름 비중을 40%대 초반으로 낮춘 것은 그만큼 다른 부문 매출이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력 생산 제품들을 적용할 수 있는 잠재적 고객사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이 대표는 “필름과 글라스틱이 필요한 다른 산업군을 찾아보니 가전제품, 2차전지, 전자담배 등 다양했다”며 “올해부터는 코웨이 정수기 전면부 조작패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2공장을 완공한 것도 제품 다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그는 “지난해 매출이 많이 증가한 것도 베트남 공장 생산량이 전년보다 265% 늘어난 덕분”이라며 “수율이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세경하이테크의 지난해 매출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출신인 이 대표는 작년 6월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취임 후 고객사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재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에 판매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오포 등 중국 업체들과도 조금씩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

수원=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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